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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신용평가 옛말…통신비만 잘 내도 신용점수 '쑥'
개인신용평가 대상자 10명 중 3명이 최상위 등급을 받는 '신용점수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하면서 금융당국이 결국 칼을 빼 들었다. 현재의 신용평가 시스템이 더는 개인의 상환 능력을 제대로 변별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인공지능(AI)과 비금융 정보를 활용한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착수하기로 했다.최근 금융위원회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신용평가 대상자의 28.6%가 950점 이상의 초고신용 점수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용관리 강화, 연체 정보 공유 제한 등의 영향으로 고신용자 수가 급증한 결과다. 상위 점수대에 점수가 과도하게 쏠리면서 정작 대출 심사 등에서는 신용점수가 무용지물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반면 씬파일러(Thin Filer)로 불리는 청년, 주부, 고령층 등 금융거래 이력 부족자들은 불합리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들은 단지 거래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평균 710점 수준의 비교적 낮은 점수를 부여받아 대출 등에서 불이익을 받아왔다. 이들을 실질적으로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20일 '신용평가체계 개편 TF'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제도 개선 논의에 돌입했다. TF는 전통적인 금융정보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통신·공공요금 납부 이력, 온라인 플랫폼 활동 내역 등 다양한 비금융·대안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가명정보 결합 절차를 간소화하고, 정보 주체가 자신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포괄적 동의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개인사업자 및 소상공인에 대한 신용평가 시스템도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현재 담보나 개인 신용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평가 방식으로는 사업의 미래 성장성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앞으로는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고, AI 기반 분석 및 설명 가능한 AI(XAI) 기술을 도입하여 사업성과 리스크를 입체적으로 평가하는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K자형 성장이라는 중대한 도전 속에서 신용평가체계는 배제하는 금융에서 포용적인 금융으로 전환하는 핵심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TF 논의를 통해 도출될 종합적인 제도 개선 방안이 금융 소외 계층을 끌어안고, 건전한 신용 사회를 구축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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