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영화 '친구'가 현실로…흉기 들고 아파트 잠복, 깨진 소주병으로 보복
부산을 양분해 온 거대 폭력조직 칠성파와 신20세기파의 20~30대 젊은 조직원들이 도심 한복판에서 1년 가까이 피의 보복전을 벌이다 무더기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부산경찰청은 조직적인 폭력과 보복을 주도한 양대 조직의 핵심 조직원 19명과 조력자 1명을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하거나 새로 조직에 합류한 26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들 중 2명은 이미 해외로 도주해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다. 이번에 송치된 인원만 45명에 달하며, 이는 최근 잠잠했던 두 조직의 갈등이 젊은 피를 중심으로 다시 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다.사건의 발단은 사소한 조직원 이탈 문제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칠성파를 따르다 신20세기파로 말을 갈아탄 한 조직원을 칠성파 조직원들이 부산진구의 한 노래방에서 집단 폭행해 뇌출혈 등 전치 4주의 중상을 입혔다. 이는 곧바로 피의 보복을 불렀다. 앙심을 품은 신20세기파는 같은 달부터 약 3개월에 걸쳐 세 차례나 칠성파 조직원들을 표적으로 삼아 흉기를 휘두르며 위협하고 무차별적인 집단 폭행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한 칠성파 조직원은 전치 8주에 달하는 심각한 부상을 입는 등 복수극의 수위는 걷잡을 수 없이 높아졌다.

복수극은 갈수록 대담하고 잔혹해졌다. 올해 4월, 한 20대 칠성파 조직원은 신20세기파 중간 간부의 아파트를 찾아가 무려 4시간 동안 잠복한 끝에 귀가하는 그에게 흉기를 마구 휘두르는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이 사건은 신20세기파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신20세기파는 즉시 조직원 17명을 비상 소집해 차량 여러 대에 나눠 타고 흉기를 소지한 채 부산 시내를 활보하며 상대 조직원을 찾아 나섰다. 결국 이들은 한 칠성파 조직원을 찾아내 집단 폭행해 골절 등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혔고, 또 다른 조직원은 깨진 소주병에 얼굴 등을 찔려 신경이 손상되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이 모든 끔찍한 일들이 해운대 마린시티, 서면, 중앙동 등 시민들이 오가는 부산의 대표적인 번화가에서 버젓이 벌어졌다.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이번 연쇄 보복 폭행의 전모를 밝혀냈으며, 심지어 교도소에 수감 중인 선배 조직원들이 범행을 지시하거나 공모한 정황까지 포착했다. 경찰은 이번에 검거된 신규 조직원들을 모두 관리 대상에 추가하고, 행위자뿐만 아니라 범행을 기획하고 지시한 배후 세력까지 철저히 추적해 엄단하겠다는 방침이다. 1970년대부터 부산의 유흥가를 기반으로 세력 다툼을 벌여온 칠성파와 신20세기파의 악연은 1993년 영화 '친구'의 소재가 된 살인사건으로 세간에 알려졌으며, 2021년 장례식장 난투극 등 최근까지도 크고 작은 충돌을 이어오며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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